토르의 네번째 이야기
제가 가장 좋아한 마블 캐릭터이기도 한 토르의 네번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1편부터 솔로무비는 굉장히 매력이 없었지만, 라그나로크로 토르의 진가를 알게된 터라 그 다음 이야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를 하고 보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 정확하게는 타이카 와이키키 감독에 대한 신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작 라그나로크는 마블시리즈 중에서도 풀리지 않는 꼬여버린 실타래 같은 역대급 상황이 있었음에도(아버지가 사망하고 누나(?)와의 목숨을 건 한판 승부, 고국땅 파괴(?)) B급 개그 사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토르 솔로무비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그러나 이번에는 아쉬움이 가득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그나로크만큼의 감독의 역량이 발휘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B급 개그 솜씨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그의 개그솜씨는 뿌리내린 스톰브레이커를 마녀빗자루마냥 타고 달리는 모습, 다리로 막아세우는 적들의 모습이나, 우리가 생각했던 제우스의 모습이 아닌 관종스러운 제우스, 덕분에 홀라당 벗은 토르의 강렬한 뒷태 등 와이키키의 절묘한 B급 개그는 녹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전작의 일들로 인해 사람에게 마음을 닫고 유쾌함을 연기중인 숨은 우울증 환자가 유일하게 사랑하던 여인을 잃는다는 스토리는 아무래도 라그나로크의 매운맛(?)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또 우리가 생각하는 토르에게는 전작까지의 비극에 비하면 아무래도 이 비극은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영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모든 신(토르 포함)이 우주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비극미일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사실 비극이라기보다는 영웅이 언제나 맞닥뜨리고 고난을 겪지만 끝끝내 이겨내고야 마는 도전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토르 솔로무비를 보고 있으니 이미 머리속에 염두해 두고 있을 것입니다. 토르가 이겨낼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이 비장함과 비극의 공감은 악역으로 나온 고르에게서 더 느껴집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무조건 한 몫을 했겠지만 이야기의 서사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결국 소중한 하나 남은 딸마저 신의 외면으로 잃고, 죽음 직전에 마주한 신에게서 자신의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고 이에 강력한 힘을 주지만 반대로 사용자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칼을 손에 넣고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인생을 바쳐 신들을 모두 없애는 복수의 길을 선택하게 되고 그 복수의 길마저 신의 도구가 아니면 해낼 수 없기에 더욱 그의 서사에 동정하게 됩니다.
토르가 제인을 떠나보내는 장면은 물론 가슴아픈 장면이지만, 감독이 고르의 죽음을 제인의 죽음보다도 더 늦게 배치한 것은 감독 스스로도 토르보다 고르에게서 더 깊은 비극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증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마지막에 일종의 후일담처럼 보여준 매일아침 아빠와 어린 딸 사이에 벌어질 법한 투닥거리는 일상과 그 일상 이후 벌어지는 토르스럽고도 토르스러운 돌격씬은, 소소한 웃음과 마음 따뜻해지는 안도감을 안겨주는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
고르의 흑화
영화는 고르의 원작 속 설정을 동일하게 살려서 표현했습니다. 물이 부족한 사막같은 거친 환경과 허기로 굶어 죽는 자녀 등은 원작과 동일한 요인이었으나, 영화에서는 고르가 기도하던 신 라푸가 고르를 조롱하여 흑화한 반면 원작에서는 신이 네크로소드에 찔린 채로 고르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였고 이미 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고르가 오히려 신을 죽이고 네크로소드를 취하는 연출이었습니다.
또 고르가 사용하게 되는 네크로소드인데 작중에선 태초부터 신들을 죽이는데 사용되었던 고대의 검이라고 설명되었고 원작에서도 동일한 설정입니다. 이 네크로소드의 초대 사용자이자 창시자는 바로 심비오트들의 신인 널이라는 존재로 그는 이 칼로 셀레스티얼의 머리를 잘라버린 적이 있었고 그렇게 탄생한 행성이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어벤져스 이피니티 워에서 본 죽은 셀레스티얼의 머리 행성인 노웨어 인 것 입니다.
어쨌든 네크로소드는 고르에게 바이프로스트를 갖고 이터니티에게 가라고 명령하는데 사실 영화에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볼(?) 같으 느낌으로만 연출되었지만 솔직히 이터니티라는 이름만 듣고 깜짝 놀랐으며 영화 후반부에 이터니티 비주얼마저도 원작과 너무 똑같아서 신기 했는데 사람같은 외형에 몸통이 우주 같은 비주얼인 이유는 이터니티가 1개의 우주 전체를 담고 있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암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제인
암에 걸려 투병하는 제인의 모습은 원작과 동일하였는데 링거를 맞던 도중 옆자리의 남자에게 아인슈타인 로젠 다리 이론이 적혀있는 자신의 책 속 내용을 설명해주며 종이를 뚫는 모습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장면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그 다음 장면에서는 우리가 완다비전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달시가 등장해 제인에게 우주해적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며 설득하는데 이 우주해적이라는 별명은 인피티니 워에서 토르를 처음 만난 가디언즈 로브 갤럭시가 그를 지칭할 때 사용했던 별명입니다. 도움을 거절한 제인은 또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모니터 너머의 셀빅 박사와도 대화를 나누며 4기 암을 스스로 고쳐보려 하지만 완치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에 다다랐을 때 북유럽 신화에서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법한 것을 찾습니다.
바로 토르:라그나로크에서 헬라가 파괴한 묠니르였는데 헬라에게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아스가르드 버전의 연극으로 재현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로키는 맷데이먼, 토르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친형인 루크 햄스워스가 맡았고, 헬라는 코미디 연기의 대가 멜리사 맥카시가 맡았습니다.
파괴된 묠니르는 노르웨이 톤즈버그에 위치해 있는 뉴아스가르드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톤즈버그라는 지역은 약 1,000년 전 토르의 아버지 오딘이 프로스트 자이언트들과 싸운 전투지이자 1942년 하이드라가 테서렉트를 발견하는 등 아스가르드와 마블 세계관 역사에 의미있는 지역입니다. 참고로 뉴 아스가르드 관광코스에는 그들의 특산물인 벌꿀주 마시기도 있었는데 이것의 제조 방법은 톤즈버그의 전투에 참여했던 길가메시도 알고 있다는 점이 이터널스에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토르와 제인의 재회
고르가 뉴 아스가르드를 공격하기 시작할 때 토르도 도착해 전투를 시작하는데 이 때 등장한 헤임달의 아들인 아스트리드는 본인은 액슬이라고 불리기 원하는 소년의 방엔 1980년대 레전드 록밴드 건즈앤 로지스의 앨범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고 애초에 그가 액슬이라 불리기 원한 이유는 건즈앤 로지스의 메인 보컬의 이름이 액슬 로즈이기 때문이며 그들은 이 영화의 예고편에 사용된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고르가 소환한 그림자 괴물과 싸우던 토르는 드디어 묠니르를 사용하는 제인과 마주하게 되는데 제인이 묠니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비화에는 토르가 묠니르에게 제인을 지키겠다고 약속해 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고 이렇게 묠니르에게 특정 사용 조건을 부여하는 모습은 토르 1편에서 오딘이 보여주기도 했었던 것으로 이 망치를 들어올리면 토르의 힘을 갖게 된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즉, 오딘이 담아놓은 말과 토르가 담아놓은 말이 모두 제인에게 적용된 것 입니다.
또 토르:라그나로크에선 간소화되어 설명되었던 제인과 토르의 이별도 이번엔 슈퍼히어로와 천체물리학자의 각자 바쁜 일상 때문에 멀어지게 되었다는 자세한 내막도 공개되었는데 토르가 제인에게 8년 7개월 하고도 6일 동안 헤어졌었다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토르와 제인은 토르 다크월드때부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까지로 추정됩니다.
옴니포턴트 시티와 섀도우 렐름
제인과 토르가 힘을 합쳐 싸웠음에도 아스가르드 어린아이들은 고르에게 납치되었는데 여기서 토르는 헤임달과 똑같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액슬의 힘을 사용했고 이 능력은 토르:라그나로크때 본 적이 있었던 것으로 덕분에 고르가 섀도우 렐름으로 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토르 무리는 막강한 고르에게 대항하기 위해 옴니포턴트 시티 라는 곳으로 향해 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는데 문나이트에게 힘을 준 달의 신 콘슈와 같은 이집트 신인 태양신 라, 인간계에서 그리스 신으로 알려진 헤라클레스, 만두의 신, 코르그와 같은 코로난족 신 등 마블 세계관엔 정말 별의별 신들이 다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황금 궁전에서 신들의 대화는 지나치게 이기적이었고, 결국 토르 무리는 제우스의 무기 썬더볼트만 뺏어 궁전을 탈출합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영역에 도달한 모든 것의 색마저 빼앗는 섀도우 렐름으로 셋 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고르의 넝쿨에 묶였고, 여기서 발키리에게 니가 사랑하는 자매들이 죽임당했고 신들은 너도 버린 것이다 라며 이야기 하는데 이는 토르:라그나로크에서 발키리의 회상으로 확인된 것 처럼 헬라에게 전멸된 발키리 전사들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이터니티의 제단의 열쇠 역할을 하는 스톰브레이커를 빼앗기는데 일단 스톰브레이커는 묠니르와는 달리 아무나 들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 후 지구에 돌아온 그들은 묠니르에게 기를 빼앗기는 제인의 암 진행이 빠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전개는 원작의 이야기와 거의 동일한데 다른 점은 묠니르를 계속 사용하다간 죽게될 것이다 라고 경고하는 인물이 투잡을 뛰는 원작 속 닥스 였습니다.
영화의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
영화를 다보고 나면 사랑만 남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죽게되어 아프게 되니 사랑말고 싸움을 선택했던 토르도 다시 사랑을 하게 되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복수를 선택했던 고르도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등 다소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캐릭터들의 수다가 많기는 했지만 어쨌든 영화의 제목이 왜 천둥과 사랑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으며 엔딩에 등장한 고르의 딸 러브도 영화 내내 강조했던 사랑의 이미지가 담긴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향후 마블의 영화를 즐기신다면 고르의 딸 러브가 환생한 것이지만 이터니티의 영역에서 태어났으며 신의 능력을 가진 아이 라는 점이 강조되었는데 향후 MCU를 이끌어갈 토르 포지션의 능력자가 탄생한 점에서 매우 환영할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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